스타트업 성장 멘토링은 조언을 실행 가능한 가설로 바꾸고 고객의 실제 행동으로 확인할 때 판단 근거를 남긴다. 문제·고객·가격·채널을 구분하고 실험의 기준과 다음 점검일을 정해야 제한된 자원을 필요한 검증에 집중할 수 있다.

멘토링을 마친 창업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조언을 정리해 발표자료를 고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다음 만남까지 어떤 고객에게 무엇을 확인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면 사업의 불확실성은 그대로 남는다. 좋은 의견을 많이 듣는 것과 사업의 판단 근거가 늘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창업팀에게 시간과 자금은 제한돼 있다. 고객을 넓히라는 조언과 특정 시장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동시에 실행할 수는 없다. 멘토의 경험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조언이 성립하는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성장 멘토링의 결과물도 권고사항 목록에서 검증할 가설과 다음 실험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첫째, 조언을 반박할 수 있는 가설로 바꿔야 한다

‘고객 중심으로 개선하라’는 말만으로는 실행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는다. 어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불편을 겪으며 지금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나눠야 한다. 그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지, 해결을 미루면 무엇을 잃는지,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누구인지까지 확인할 질문으로 옮겨야 한다.

창업진흥원의 1인 창조기업 활성화 지원사업 공식 안내는 교육·멘토링 내용에 사업모델 개발과 아이템 검증 등을 제시한다. 이 안내가 모든 창업기업에 같은 검증방식을 요구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멘토링을 사업모델과 아이템의 검토에 연결하는 방향은 참고할 수 있다. 필자는 이를 한 단계 더 구체화해, 상담마다 확인할 가설과 실행 결과를 남기는 운영방식을 제안한다.

이를 실무에 적용한다면 가설은 ‘누가, 어떤 조건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적는 편이 유용하다.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보다 실제 상담을 신청하거나 시험 사용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인하기 쉽다. 가설을 지지하는 반응뿐 아니라 틀렸다고 판단할 반응도 함께 정해야 한다.

여러 가설을 한꺼번에 검증하려 하면 결과의 원인을 알기 어렵다. 문제 자체가 절실한지 모르는 단계에서 가격과 광고문구를 동시에 바꾸면 반응이 달라져도 무엇 때문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틀렸을 때 사업계획을 가장 크게 바꿔야 하는 가설부터 고르고, 이미 확인한 사실과 아직 추정하는 내용을 구분해야 한다.

둘째, 고객의 칭찬과 실제 선택을 구분해야 한다

고객 인터뷰는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자리가 되기 쉽다.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쓰겠는가’보다 최근 그 문제를 겪었던 상황, 사용한 대안, 실제 지출과 의사결정 과정을 묻는 편이 판단에 도움이 된다. 긍정적인 답을 유도하지 않고 답변의 맥락과 예외를 기록해야 한다.

가상의 업무관리 서비스를 생각해 보자. 사용자는 입력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하지만 구매 담당자는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을 먼저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사용자의 만족만 확인해 가격을 확정하면 구매조건을 놓친다. 문제 가설은 실제 불편으로, 고객 가설은 사용자와 구매자의 역할로, 가격 가설은 제시한 조건에 대한 선택으로 나눠 살펴야 한다.

채널 가설도 방문자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검색을 통해 들어온 사람이 설명을 읽었는지, 문의했는지, 적합한 고객이었는지 연결해 봐야 한다. 광고 반응이 낮다면 고객이 없어서인지, 설명이 모호해서인지, 가격이 부담스러워서인지 구분할 후속 질문이 필요하다. 작은 실험의 목적은 성공 수치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다음 판단을 좁히는 데 있다.

실험을 위해 고객을 오인시키거나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 시험 운영의 범위와 제공 조건을 명확히 알리고 필요한 정보만 받아야 한다. 인터뷰 참여자의 호의와 실제 구매 의사를 구분하며, 특정 집단의 반응을 전체 시장의 결론으로 확대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다.

셋째, 다음 멘토링은 실험 결과에서 시작해야 한다

실험카드에는 가설, 대상, 확인 방법, 관찰할 행동, 판단 기준, 담당자와 점검일을 담을 수 있다. 결과를 본 뒤 기준을 바꾸면 어떤 반응도 성공으로 설명하게 된다. 실행 전에 계속할 조건, 수정할 조건, 중단할 조건을 합의하고 판단에 필요한 비용과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

처음부터 복잡한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문제를 확인할 때는 인터뷰와 기존 업무 관찰을, 사용 가능성을 볼 때는 제한된 시제품을, 구매조건을 확인할 때는 실제 제공 가능한 제안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확인하려는 가설과 측정 방법이 맞아야 한다. 사용성 평가만으로 지불 의사까지 입증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멘토의 역할은 실험을 대신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팀이 놓친 조건을 질문하고 반대 증거를 검토하며 결과의 해석을 돕는 데 있다. 서로 다른 조언이 나오면 누가 더 유명한지를 따지기보다 각 조언이 전제한 고객, 성장단계와 자원 조건을 비교해야 한다. 실행의 책임과 최종 판단은 창업팀 안에 남겨야 한다.

지원기관 역시 상담 횟수와 만족도에 더해 어떤 가설이 바뀌었고 어떤 실행이 이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증에 실패한 가설도 불필요한 개발이나 광고 지출을 줄이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실패를 학습이라고 부르려면 무엇을 확인했고 다음 선택을 어떻게 바꿨는지 기록이 있어야 한다.

성장 멘토링의 가치는 조언의 양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난 만남 이후 확인한 사실이 무엇인지, 그 사실 때문에 어떤 결정을 바꿨는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실험 하나가 분명해질 때 멘토링은 설명을 듣는 시간에서 사업을 앞으로 움직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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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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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김용한

엠아이넥스트 대표 · 경영학박사 · 경영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