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형상점가 공동사업의 실행력은 참여점포 숫자가 아니라 상품·홍보·운영·정산의 역할과 책임을 얼마나 명확히 나누는가에서 결정된다. 한 장의 역할표와 작은 공동과제로 운영체계를 먼저 검증해야 사업비가 끝난 뒤에도 상인조직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골목형상점가가 지정되고 지원사업에 선정됐다고 공동사업이 저절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참여점포가 많다는 사실은 사업의 외형을 보여줄 뿐, 실행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회의 참석, 홍보, 공동상품 관리, 지출과 정산의 담당이 분명하지 않아 일정이 늦어지고 소수 임원에게 업무가 몰리기 쉽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은 골목형상점가의 상인으로 구성된 법인·단체 등을 상인조직의 범위에 포함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 공고도 골목형상점가를 참여 대상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제도적 자격과 현장의 운영능력은 같은 말이 아니다. 공동사업의 성과를 내려면 참여 동의 다음 단계인 역할·권한·책임의 설계가 필요하다.

참여 명단을 실행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공동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만들 것은 긴 참여점포 명단이 아니라 한 장짜리 역할표다. 상품, 홍보, 현장운영, 회계·정산을 핵심 기능으로 나누고 각 기능마다 책임자와 실무 담당자, 의사결정 범위를 정해야 한다. ‘상인회가 한다’는 표현만으로는 누가 언제 무엇을 끝낼지 알 수 없다.

역할은 직함보다 실제로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역량을 기준으로 배정해야 한다. 온라인 홍보에 익숙한 점포는 콘텐츠 운영을, 고객 접점이 많은 점포는 현장 의견 수집을, 숫자와 증빙에 강한 구성원은 정산을 맡는 식이다. 한 사람이 모든 업무를 쥐지 않도록 책임자와 보조자를 함께 두면 공백과 소진을 줄일 수 있다.

모든 점포가 모든 사업에 참여하도록 요구하면 형식적 동의만 늘어난다. 공동상품, 행사, 배송, 홍보처럼 과제별 참여팀을 구성하고 참여 조건과 부담, 기대효과를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참여하지 않는 점포에도 결과와 다음 기회를 공유하면 조직의 신뢰를 지킬 수 있다.

상품·홍보·운영·정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야 한다

상품팀이 판매 구성과 가격을 정하면 홍보팀은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알릴지 설계해야 한다. 운영팀은 주문, 현장 안내, 민원과 재고 대응을 준비하고, 정산팀은 매출 귀속과 비용 증빙, 참여점포별 정산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역할표에는 담당자 이름만 적지 말고 산출물과 마감일을 함께 적어야 한다. 상품팀은 품목·가격·공급수량표, 홍보팀은 콘텐츠 일정표, 운영팀은 현장 체크리스트, 정산팀은 증빙·배분 기준표를 맡는다. 각 산출물은 다음 기능의 입력자료가 되므로 짧은 정기회의에서 지연과 변경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산은 사업 종료 뒤 처리하는 뒷일이 아니다. 공동쿠폰, 묶음상품, 외부 용역과 자부담이 있다면 시작 전에 비용 승인 절차와 증빙 책임, 매출 배분 원칙을 문서로 합의해야 한다. 이는 특정 지원사업의 의무사항이 아니라 분쟁과 누락을 줄이기 위한 실무 제안이다. 실제 집행은 해당 공고와 협약, 지자체 지침을 우선 확인해야 한다.

작은 공동사업으로 역할 체계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

처음부터 큰 축제나 통합브랜드를 추진하면 조직의 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먼저 2~4주 안에 끝낼 수 있는 공동홍보, 골목지도, 주말 묶음상품 같은 작은 과제로 역할표를 시험하는 편이 낫다. 완료 뒤에는 참여점포 수만 세지 말고 일정 준수, 업무 편중, 고객 반응, 정산 오류와 개선사항을 기록해야 한다.

상인회 임원은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역할이 작동하도록 조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자체와 지원기관도 행사 횟수보다 의사결정 기록, 업무 인수인계와 참여점포의 행동 변화를 살펴야 한다. 외부 전문가는 상인을 대신해 사업을 수행하기보다 역할표와 회의 방식, 성과 점검 체계를 남겨야 한다.

골목형상점가의 공동사업은 많은 점포를 한자리에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각자가 맡을 일을 알고 서로의 결과를 연결할 때 공동의 이름이 공동의 성과로 바뀐다. 참여점포 수는 출발 조건이고,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힘은 역할 분담과 책임 있는 실행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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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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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김용한

엠아이넥스트 대표 · 경영학박사 · 경영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