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제가 많은데도 공모과제가 나오지 않는 까닭은 의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대상·장소·원인이 넓게 섞여 실행 단위를 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민의 불편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좁히고 확인된 원인과 행정이 바꿀 수 있는 조건을 한 장의 과제카드로 연결해야 한다.
지역문제는 늘 많다. 인구감소, 빈 점포, 청년 유출, 교통 불편, 돌봄 공백이 한꺼번에 제시된다. 그런데 공모사업 회의에 들어가면 정작 어떤 과제를 준비할지 결정하지 못한다. 문제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문제의 범위가 너무 넓어 대상과 원인, 행정이 바꿀 수 있는 조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방향이지 과제가 아니다. 공모과제는 누구의 어떤 불편을 어느 공간과 시간에서 줄일 것인지, 그 불편을 만드는 원인 가운데 이번 사업이 다룰 범위는 무엇인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큰 의제를 작게 쪼개는 일은 문제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단위로 바꾸는 기획이다.
지역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한 장면을 붙잡아야 한다
문제를 좁히는 첫 기준은 대상·장소·행동이다. ‘청년이 떠난다’에서 멈추지 말고, 어느 연령과 상태의 청년이 어떤 시점에 지역을 떠나는지, 정착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포기하는지 살펴야 한다. ‘전통시장 방문객이 줄었다’는 표현도 평일 생활고객인지 주말 관광객인지, 시장 입구를 지나치는 것인지 재방문이 없는 것인지에 따라 사업의 구조가 달라진다.
행정통계는 규모와 추세를 확인하는 출발점이다. 여기에 민원, 이용기록, 현장 관찰과 당사자 대화를 겹쳐야 실제 장면이 드러난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안내하는 공공서비스디자인도 정책 수요자의 숨은 요구를 파악해 국민 관점에서 문제를 재정의하는 데 의미를 둔다. 주민의 말은 곧바로 사업명이 아니라 확인해야 할 문제 가설로 다뤄야 한다.
원인과 증상을 구분해야 사업수단이 보인다
빈 점포, 낮은 참여율, 짧은 체류시간은 관찰된 현상이다. 원인은 접근성, 정보 부족, 서비스 시간, 상품 구성, 운영주체의 역량처럼 여러 층에 있을 수 있다.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시설, 행사, 플랫폼부터 정하면 익숙한 수단에 문제를 끼워 맞추게 된다.
실무에서는 문제문장을 ‘누가-어떤 상황에서-무엇 때문에-어떤 불편이나 손실을 겪는다’의 구조로 작성해볼 수 있다. 그다음 자료로 확인된 사실, 현장에서 들은 요구, 담당자의 해석을 구분해 적는다. 이것은 법정 양식이 아니라 과제발굴을 위한 실무 제안이다.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지 말고 사업기간과 예산, 기관의 권한 안에서 검증하고 바꿀 수 있는 원인을 우선해야 한다.
문제지도에서 한 개의 과제카드로 좁혀야 한다
회의에서는 지역지도를 펼쳐 문제 지점, 대상 집단, 반복되는 불편을 표시하는 것이 좋다. 비슷한 문제를 묶은 뒤 심각성, 정책 연계성, 해결 가능성, 주민 체감성, 운영주체의 준비 수준을 기준으로 비교한다. 높은 점수를 받은 의제도 곧바로 공모사업으로 확정하지 말고 근거자료와 이해관계자, 기존 사업의 공백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 주민참여예산 우수사례를 소개하면서 주민이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예산 과정에 참여한 사업과 함께 교육·컨설팅, 주민기구 연계 등 운영과정을 유형별로 제시했다. 여기서 읽어야 할 핵심은 주민 의견을 많이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소관 사무와 실행과정에 맞게 분류하고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최종 과제카드에는 대상, 문제 장면, 확인된 원인, 정책 근거, 해결 목표, 주요 활동, 책임 조직, 필요한 자료를 한 장에 담아야 한다. 공고가 나오면 지원조건과 평가기준에 맞춰 조정하되, 공고문에 지역문제를 억지로 맞추지 않아야 한다. 좋은 공모과제는 거대한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주민의 한 가지 불편을 정확히 정의하고, 행정이 바꿀 수 있는 조건을 끝까지 좁힐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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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출처
- 행정안전부 주민참여예산제도 우수사례 (확인일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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